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화폐 구분이다. 한국 지폐는 색상과 크기가 약간씩 다르지만, 시각정보에 의존하지 않고는 구분이 쉽지 않다. 특히 외출 중 급하게 지불해야 할 상황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화폐를 구분하는 건 상당한 도전이 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화폐 인식 앱이 등장했지만, 실제 사용 환경에서 얼마나 정확한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편이다.
필자는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시각장애인 화폐 인식 앱 3가지를 직접 테스트해보고 정확도와 사용 편의성을 비교해보았다. 이 글은 그 실험 후기를 바탕으로 작성된 생생한 기록이며, 시각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보호자, 사회복지사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화폐 인식 앱을 테스트했을까?
이번 실험에서는 시중에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 대표적인 화폐 인식 앱 3종을 선정했다. 각각 iOS와 안드로이드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고, 국내 화폐 인식 기능이 있는 앱들이다. 테스트 대상은 다음과 같다:
- 앱 A: 전 세계 화폐 인식이 가능한 앱. 국내 지폐 지원 포함.
- 앱 B: 시각장애인 전용으로 설계된 국내 개발 앱. 단일 국가 화폐 인식에 특화.
- 앱 C: OCR(광학 문자 인식)을 기반으로 화폐를 감지하는 다목적 앱.
각 앱은 동일한 조건에서 테스트되었다. 실험은 오전 자연광, 실내 형광등, 저조도 환경 총 세 가지 환경에서 수행되었으며, 1,000원, 5,000원, 10,000원, 50,000원 지폐를 총 40회 인식시켰다. 화폐는 구김이 있는 상태와 새 지폐 상태로 각각 테스트해 실제 상황에 더 가깝도록 설정했다.
시각장애인 화폐 인식 앱 실험 결과 : 정확도와 인식 속도
테스트 결과, 앱 B가 전반적인 정확도와 속도 면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 앱 A는 다양한 화폐를 지원하는 만큼 국내 지폐에 대한 인식률이 떨어졌으며, 50,000원권의 경우 낮은 조도에서는 오인식률이 30%에 달했다.
- 앱 C는 OCR 방식으로 화폐에 인쇄된 숫자나 문자를 읽는 구조였기 때문에, 구겨진 지폐나 조명이 어두운 환경에서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 반면, 앱 B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UI가 단순하고, 인식 속도가 평균 1.5초로 매우 빠른 편이었다. 특히 안내 음성이 또렷하고 반복 재생 기능이 있어 사용자의 확인 실수도 줄일 수 있었다.
다만 앱 B도 1,000원권 인식에서는 조도에 따라 인식률이 약간 떨어졌으며, 지폐 구김이 심한 경우 인식 오류가 가끔 발생했다.
총 인식 성공률을 보면 다음과 같다:
앱 A | 72.5% | 3.2초 | 화폐 종류가 많아 혼동 발생 |
앱 B | 91.3% | 1.5초 | 음성 안내 우수, 정확도 높음 |
앱 C | 60.2% | 2.8초 | 구김·조명에 매우 민감함 |
화폐 인식 앱 시각장애인 사용자 편의성과 접근성
정확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앱의 접근성이다.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음성 안내, 진동 피드백, 버튼 크기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 앱 A는 글로벌 사용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져 음성 안내가 영어로 설정된 경우가 많았고, 한국어 지원도 어색한 경우가 있었다.
- 앱 C는 다기능 앱이라서 메뉴가 복잡했고, 화면 내 버튼 배치도 너무 세밀해서 접근성이 떨어졌다.
- 반면 앱 B는 애초에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앱답게 ‘한 번의 탭’으로 모든 기능이 실행되며, 터치면이 넓고 간단한 구조였다. 또, 인식이 완료되면 음성으로 ‘오천원입니다’, ‘만 원입니다’처럼 또렷하게 알려줘서 실사용자 입장에서 매우 편리했다.
사용성 테스트에서는 시각장애인 보호자와 실제 사용자 두 명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모두 앱 B를 가장 우수하게 평가했으며, 그 이유는 “복잡하지 않아서 실수할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실제 생활에서의 활용 가능성과 개선점
테스트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점은, 기술이 많이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화폐 인식 앱에는 개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저조도 환경, 지폐의 상태(오염, 구김)에 따른 인식률 저하는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였다. 또한 일부 앱은 50,000원권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외국 지폐로 잘못 인식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실생활에서는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카메라에 정확히 위치시키는 동작 자체도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나은 UX 설계와 자동 인식 기능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앱 개발사들은 시각장애인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정기적으로 반영하고 업데이트 주기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또한, 앱 내 튜토리얼 기능이 강화된다면 처음 사용하는 사용자도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마치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폐 인식 앱은 단순한 도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금전적 자립’을 위한 핵심 수단이며, 사용자의 존엄성과 독립성을 지켜주는 중요한 기술이다. 이번 실험을 통해 가장 높은 정확도와 사용 편의성을 제공한 앱 B는 실제 사용자들의 니즈에 더 가깝게 설계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실용적인 앱을 찾고 있다면, 단순히 다운로드 수나 별점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 후기와 실험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이 인간을 위한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반드시 사용자 중심의 설계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장애인 모바일 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체장애인을 위한 뇌파·시선 추적 입력 앱 후기 (0) | 2025.07.19 |
---|---|
시각장애인을 위한 택시 호출 앱의 접근성 비교 (0) | 2025.07.19 |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물리치료 앱 비교 리뷰 : 실제 사용자 중심으로 살펴본 장단점 (0) | 2025.07.18 |
시각장애인을 위한 컬러 인식 앱의 정확도 비교 실험 : 직접 써보고 느낀 차이점 (0) | 2025.07.18 |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감각 통합 게임 앱 분석: 실제 후기 중심으로 살펴본 효과와 한계 (0) | 2025.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