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을 위한 쇼핑은 아직 ‘쉽지 않다’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이러한 편리함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시각장애인에게 있어 온라인 쇼핑은 여전히 도전적인 환경입니다. 수많은 제품 이미지, 시각 중심의 UI 구성, 복잡한 결제 과정 등은 비시각적 사용자에게 큰 장벽이 됩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불편함을 넘어, '디지털 접근권(Digital Accessibility)'이라는 사회적 권리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실제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웹 접근성 법률을 통해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용자에게 동등한 디지털 경험을 보장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커머스 플랫폼은 아직 접근성 향상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접근성 특화 앱들이 개발되면서, 시각장애인의 온라인 쇼핑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설계된 온라인 쇼핑 보조 앱들을 소개하고, 각각의 기능과 실제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리뷰 형식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온라인 쇼핑의 현실과 문제점
대부분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시각 정보를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상품 이미지, 버튼 색상, 마우스 오버 효과, 작은 아이콘 등은 비시각 사용자에게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스크린 리더(Screen Reader)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스크린 리더는 웹페이지의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보조기기이지만,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웹사이트가 '접근성 친화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미지에 ‘대체 텍스트(alt text)’가 없거나 버튼 이름이 불분명한 경우, 스크린 리더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또한, 상품 설명이 지나치게 시각 중심이거나, 중요한 정보가 이미지 안에만 포함되어 있다면, 시각장애인은 상품의 실제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결제 페이지 역시 여러 단계의 복잡한 입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보조 앱 없이는 완전한 쇼핑 경험을 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일부 기업과 개발자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 앱 및 기능을 개발하고 있으며, 점차 사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개선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에게 유용한 온라인 쇼핑 접근성 앱 리뷰
▶ Seeing AI (Microsoft)
Seeing AI는 Microsoft에서 개발한 시각장애인 전용 인공지능 앱으로, 다양한 일상 정보를 음성으로 안내합니다. 특히 쇼핑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기능이 유용합니다:
- 바코드 스캔 후 제품 정보 음성 안내
- 상품 설명서 및 포장지 텍스트 인식
- 인물, 물건, 색상 감지 기능
사용자는 상품의 바코드를 카메라로 스캔하면 앱이 해당 제품의 정보를 음성으로 읽어주며, 텍스트 인식 기능으로 상품 설명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단점은 앱이 영문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어 국내 쇼핑몰 정보에는 제한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쇼핑몰이나 수입품 쇼핑에 유용하며, 보청기나 스크린 리더와도 연동이 가능합니다.
▶ Supersense - AI for Blind
Supersense는 AI 기반 인식 기술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다양한 물건과 공간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입니다. 온라인 쇼핑과 직접 연결되기보다는, 배송된 물건의 정보 확인, 택배 박스 텍스트 인식, 사용 설명서 읽기 등 후처리 영역에서 강점을 발휘합니다.
- 스마트 택배박스 인식
- 손글씨 및 인쇄체 OCR 기능
- 주변 사물 인식
이 앱은 시각장애인이 배송 이후 물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안내서 없이도 설명서를 확인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특히 ‘문서 읽기’ 기능은 국내 사용자의 평가에서도 매우 긍정적입니다.
▶ VoiceOver + Safari (iOS 기본 기능)
iOS 기기에서는 VoiceOver 기능을 통해 웹사이트 내의 쇼핑 페이지를 음성으로 탐색할 수 있습니다. 쇼핑몰에 직접 접근 가능하며, 터치 기반 내비게이션과 조합하여 시각장애인도 실제 결제까지 가능하게 만들어 줍니다.
다만 쇼핑몰 자체가 접근성 표준에 맞지 않을 경우, VoiceOver가 정보를 누락하거나 잘못 읽어주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용자들이 별도의 접근성 최적화 앱과 병행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후기 기반 앱 실사용 비교 분석
실제 사용자들의 후기를 분석해 보면, 앱의 성능보다는 ‘얼마나 실제 상황에 적합하게 작동하느냐’가 중요하게 평가됩니다. 예를 들어 Seeing AI는 기능은 뛰어나지만 국내 제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Supersense는 시각장애인의 ‘쇼핑 이후’ 과정에만 특화되어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VoiceOver와 같은 OS 내장 기능은 안정성은 높지만, 쇼핑몰 자체의 웹 접근성이 낮을 경우 제한이 많습니다. 이로 인해 사용자들은 보조 앱 2~3개를 병행하여 사용하며, 쇼핑 전 → 탐색 → 결제 → 상품 확인 단계별로 앱을 나눠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쇼핑몰들이 자사 앱에 접근성 모드를 도입하거나, 이미지에 자동 대체 텍스트 생성 기능을 도입하는 등 개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반적인 접근성 수준은 낮기 때문에, 외부 앱 의존도는 여전히 높습니다.
보조 앱은 ‘대안’이 아닌 ‘기본권’의 실현 도구
시각장애인의 온라인 쇼핑 환경은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다양한 접근성 앱은 분명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으나,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궁극적으로는 쇼핑몰 자체가 모든 사용자에게 접근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보조 앱이 시각장애인의 쇼핑권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앱들은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소외 없는 소비 환경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국내 쇼핑몰과 개발자들이 디지털 접근성을 고민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용자 중심 UX를 구현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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